[데스크 칼럼] 어느 老배우의 노래, 그리고…
[데스크 칼럼] 어느 老배우의 노래, 그리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2.0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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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편집국장

지난 1월 24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배우 김영옥과 함께 출연한 나문희는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선물했다. 이 노(老)배우의 노래는 감동적이기도 했고, 서글프기도 했다. ‘서른’이라는 숫자는 시대나 사람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하늘로 떠난 가객이 말한 ‘서른’은 멀어져가는 세월에 대한 상징인 듯하다.

배우 나문희는 노래를 부른 후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배우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병원에서 ‘진짜 사랑’을 했다고 전했다. 문득 내 진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노랫말처럼 ‘실연의 달콤함’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이 노배우의 노래는 울림이 있다. 역시 김영옥과 함께했던 JTBC의 ‘뜨거운 씽어즈’도 참 좋았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노래 ‘서른 즈음에’는 이렇게 시작한다. 매일, 벌써 20년이 넘게 연기는 내뿜으면서도 세월의, 시간의, 기억의, 추억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그저 사라진다는 것만, 떠나간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노배우의 노래가 서글펐던 건 ‘빈자리’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이 어느새 스무 번이 훨씬 넘게 지났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그 자리의 주인공은 문득 그립기도 하지만, 그 명절이란 것이 오면 어김없이 더 떠올리게 된다.

필자는 ‘아버지’에 대한 글을 종종 쓰는 편이다. 일부 정해진 친구에게만 공개하는 페이스북에도, 이렇게 지면에 싣는 칼럼에도 가끔 그를 등장시킨다.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후회이기도 하고, 해결할 방법이 없는 그리움이기도 하며, 치를 떨게 할 정도의 외로움일 때도 있다.

지난 1월 24일 우연히 노배우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그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연기를 내뿜었다. 그 연기는 마치 ‘가요톱텐’의 안개처럼 아버지에 대한 회상에 꼭 필요한 미장센이다. 점점 더 멀어져가는 연기처럼, 그에 대한 기억도 점점 더 흐릿해진다. 어쩌면 나의 시간이 그럴지도 모르지만…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유산’에 대해 생각했다. 2010년, 봄과 자리를 바꾸듯 사라진 아버지처럼 나 역시 영생할 수 없다는 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 임기의 절반이 지났을 즘부터 이름 뒤에 기자가 붙은 나는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여러분은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그가 나에게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닮아가는 걸 보면 모든 것일 수도 있지만, 자랑할 만한 재산이 아닌 것만은 아쉽게도 분명하다. 받은 것에 대한 답을 정확히 내릴 수 없다면 남길 것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조금 우연히 이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온 건 세상을 더 정의롭게 바꾸고 싶다는 거창한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적성에 잘 맞았다는 게 가장 솔직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도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를 그리고 그 전 해를 그보다 이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딱히 자랑할 건 없지만, 나름의 생각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모두가 주목할만한 촌철살인·정문일침·일필휘지가 아님은 유감스럽지만…

외람된 말이지만, 아마 올해도 상전벽해 급으로 일신하진 못할 것이다. 그저 스스로 믿는 방향을,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포뉴스를 통해 전할 것이다. 하지만 천만다행인 건 이 신문은 필자 혼자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쓰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 생각을 듣기도 한다. 그렇기에 조금씩이라도 더 이 지역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그렇다. 끝으로, 2024년 내포뉴스가 전할 ‘좋은 소식’의 주인공이 여러분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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