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에, 주취자에… “좋은 간호사는 모두 품어야”
3교대에, 주취자에… “좋은 간호사는 모두 품어야”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3.18 09: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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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인터뷰]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응급의료센터 김승민 간호사
10년째 줄곧 응급의료센터서… “고향에 도움 되고파”
4팀 3교대 근무… “심정지 환자 회복 보며 뿌듯했다”
소수인 남자 간호사… “편견 깨기 위해 열심히 노력”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2014년 세월호, 2017년 제천의 스포츠센터 그리고 2022년 이태원까지… 우리는 ‘안전’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러 일을 겪었다. 내포뉴스는 창간 3주년을 기념할 인터뷰 대상을 고민하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곳을 찾기로 했다. 숱한 사건·사고와 참사를 겪으면서도 안전한 삶은 담보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내일을 기약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런 사람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는 김승민 간호사. 그는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청운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는 김승민 간호사. 그는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청운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이번 주에 찾은 ‘사람을 살리는 곳’은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응급의료센터다. 1983년 여름 첫발을 내디딘 홍성의료원(원장 김건식)은 ‘직원이 행복한 병원, 환자가 더 행복한 병원’이란 미션 아래 진료부와 간호부, 관리부, 적정관리실, 감염관리실, 공공의료본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는 2023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33만명이 다녀갔다. 홍성 인구의 3배가 넘는 33만명을 돌본 건 홍성의료원에서 일하는 574명이었다. 그중 이번에 내포뉴스가 만난 건 응급의료실 김승민 간호사(33)이다.

홍성이 고향인 김승민 간호사는 가야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와 2015년 홍성의료원에 합류했다. 그는 “고2 때 간호사의 길을 가기로 했다. 누나(인천 길병원 간호사)의 영향이 컸다. 간호사란 꿈을 위해 경남 김해까지 유학했던 것”이라며 “봉사하면서 돈도 벌고 싶었다. 내가 자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려고 홍성의료원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응급의료센터는 3교대로 돌아간다.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인 △데이(day) 근무,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인 △이브닝(evening) 근무,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인 나이트(night) 근무 등으로 짜인다. 김 간호사는 “응급의료센터 간호사는 총 4팀으로 팀당 4~5명이다. 월별 근무표가 나오는데, 나이트 때는 3~4명이 함께한다”며 “아무래도 데이 근무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자 간호사’이다. 예전보다는 그 수가 늘었지만, 아직 낯설어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홍성의료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241명 가운데 남자는 30명으로 12.4% 정도다.

김 간호사는 “남녀 간호사의 업무가 크게 다르진 않다”라면서도 “홍성의료원을 찾는 환자들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라 그런지 어떤 선입견 같은 게 아직 있는 편이다. 종종 저를 의사로 오해하기도 한다. ‘남자가 무슨 간호사를 하느냐’고 따지는(?) 어르신도 있지만, 그냥 웃으며 넘어가거나 잘 설명해 드린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남자 간호사는 소수집단이기에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잘하든 못하든 눈에 더 띄기에 직장 생활도 환자 응대도 더 조심스러워진다”며 “남자 간호사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지 않기 위해, 편견을 깨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더했다.

그는 ‘베테랑’이다. 응급의료센터 근무만 10년째니 ‘베테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김 간호사는 “처음에는 그저 주사만 잘 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간호사마다 업무가 다르고, 각자 필요한 역할이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며 “응급의료센터는 응급환자의 신속한 검사를 위한 협진 연결이 중요한 데 그런 걸 잘하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야 한다. 병원 내 다른 분야와의 소통이 잘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의 주된 역할은 ‘진료 보조’다. 환자도 의사도 제대로 돕는 게 좋은 간호사라고 생각한다”고 보탰다.

짧지 않은 시간인 만큼 응급의료센터에서 생긴 추억도 많았다. 김 간호사는 “3년 전쯤 3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온 적 있다. 1시간 가까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한 후에 헬기로 이송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우연히 병원에 온 것을 봤는데 삶의 기회를 줬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다”며 “나이가 꽤 있는 투석 환자 중 꽤 거친 분이 있었다. 그런데 자주 뵙다 보니 친해지고 이젠 안부도 서로 묻는 사이가 됐다. 간호사들이 말하는 ‘라포’가 형성된 것이다. 어떤 환자도 품어야 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전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환자가 많거나 밤에 근무해야 하는 것 등은 견딜 수 있다”며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주취자가 가장 골치 아프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진료 방해를 받으면 안타깝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선 말로 잘 타이르지만, 심할 때는 경찰에 협조 요청한다”고 말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또 하나 크게 변한 게 있다. 김 간호사는 친구 소개로 만난 아내(정윤희)와 지난해 웨딩마치를 울렸고, 내포신도시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김승민 간호사는 같은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사회의 긍정적 인식이다. 물론 급여도 괜찮은 편”이라면서도 “그저 돈벌이로만 여기지 말고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좋은 간호사가 되려면 성실함이 필수다. 특히 거짓이 있으면 안 되는 직업이란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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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수 2024-03-18 11:43:35
홍성의 허준, 홍성의 나이팅게일
낚시실력 빼고 다가진 남자

이성숙 2024-03-18 10:20:57
응급실에 갔었는데 참 친절하시고 웃으며 설명해주시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