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년… 이름만 신도시, 인프라는 태부족
어느새 11년… 이름만 신도시, 인프라는 태부족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4.03.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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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지금 내포신도시는…

 

내포신도시는 2013년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로 충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조성됐다. 충남도청은 1896년 설치돼 1932년 10월 공주에서 대전광역시 중구로 이전했다가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후 도청 이전 필요성이 대두됐고 2006년 홍성·예산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도청 이전으로 조성된 내포신도시는 11년 차인 올해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내포뉴스는 창간 3주년을 맞아 두 차례에 걸쳐 내포신도시의 숙제와 청사진을 살펴보기로 했다.

조성 11년 차를 맞은 내포신도시. 지난 2월 말 기준 이곳에는 3만 5472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충남도 제공
조성 11년 차를 맞은 내포신도시. 지난 2월 말 기준 이곳에는 3만 5472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충남도 제공

◆전문병원도, 쇼핑센터도… 정주 여건 낙제점

내포뉴스는 지난 4일 중심상가 등을 돌며 주민들의 말을 들었다. 중심상가의 한 부동산 중개사 A씨는 “종합병원은 아니어도 전문병원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며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하면서 산부인과 하나 없다”고 꼬집었다. 중개사 B씨는 “비즈니스호텔이 필요하다. 업무차 내포신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이 묵을 곳이 없다.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숙박시설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최낙준 내포신도시 상인연합회장은 “지난 11년 동안 1년에 한 가지씩만 바꿨어도 11가지는 바뀌었을 것”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더 침체되고 있다. 정주 여건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내포신도시는 꽃이 피지도 못하고 질 상황이다. 도의회·군의회, 도청·군청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내포신도시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주 여건 미흡’이다. 내포신도시에는 주민들이 즐겁게 갈 수 있는 쇼핑센터 한 곳이 없다. 갑자기 병이 나 몸이 아파도 갈 수 있는 전문병원도 없다.

내포신도시는 ‘계획도시’다. 계획도시는 잘 정돈된 도심 환경을 자랑해야 하나, 애초 계획됐던 10만 인구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적은 인구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내포신도시 면적 70%를 차지하는 홍성군의 순수 내포신도시 인구는 지난 2월 28일 기준 2만 7000명이다. 면적 30% 정도의 예산군 순수 인구는 8472명으로 내포신도시 순수 인구는 3만 5472명이다.

◆기대 큰…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

신도시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건 정돈되고 깨끗한 거리, 높은 건물 등 인위적인 환경과 조화를 이룬 자연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추진 중인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은 기대가 크다.

충남도 등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명품화 전략을 세웠다. 도시와 공원을 연결하고, 공원의 쓰임새를 높이기 위해 공원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특히 함께 만들어가는 공원을 위해 도민들로부터 기부받아 이름을 새긴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제1단계 사업은 사단법인 ‘내포문화숲길’이 추진하는 헌수목 158그루다. 내포문화숲길 문순수 사무처장은 “제대로 하기 위해 제한 입찰로 진행할 것”이라며 “3월부터 진행 중인 1차 사업은 생육이 부진하거나 고사한 나무를 베어내고 토양개량을 한 다음 헌수목을 식재한다. 158주의 헌수목은 느티나무를 비롯해 왕벚나무, 참 벚나무, 메타세콰이어 등”이라고 설명했다.

내포신도시 중심상가 내 고장으로 방치된 자동크린넷 시설. 사진=이건주 기자
내포신도시 중심상가 내 고장으로 방치된 자동크린넷 시설. 사진=이건주 기자

자동크린넷 합격점, 잦은 고장은 숙제

내포신도시 ‘자동크린넷’은 일반쓰레기인 종량제 봉투를 진공 흡입 원리를 이용해 지하에 매설된 이송관로로 집하장까지 이송·수집·처리하는 쓰레기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다. 자동크린넷 시스템은 수년의 준비 기간을 걸쳐 지난해 9월 정상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12월부터는 기존 차량 수거를 중단하고 자동크린넷으로만 일반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자동크린넷 쓰레기 수거·집하장은 내포신도시 내 예산군 제1집하장과 홍성군 제2집하장이 있다.

쓰레기봉투가 도로 곳곳에 나와 있지 않아 한층 깨끗해졌다는 평가다. 착한약국 차정환 약사는 “부족한 것이 많은 내포신도시지만, 도시가 깨끗하고 정리가 잘 돼 있다”며 “자동크린넷 운영이 도시를 깨끗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조합’에서 관리하는 자동크린넷은 고장이 빈번하다. 이에 대해 조합 신도시자원과 생활환경팀 이기환 주무관은 “자동크린넷은 일반 종량제 봉투인 10ℓ·20ℓ·50ℓ만 투입해야 한다. 투입해서는 안 되는 이불이나 목재, 깨진 도자기 등을 넣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며 “깨끗한 도시와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는 시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긋지긋한 주차난… 주차타워는 언제쯤에나

내포신도시 정주 여건 향상을 위한 숙제 중 빼놓아선 안 되는 게 주차 문제다. 중심상가 내 공영주차장 조성은 답보 상태다. 홍성군 건설교통과 이충태 교통지도팀장은 “올해 안에는 주차타워 건립 대상지를 확정하고, 2025년부터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도 수년째 반복 중이다. 중심상가 내 무료 공영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홍북읍 신경리 563번지 등의 필지에 대해 이 팀장은 “토지 소유주가 땅을 매매할 의사가 없다. 인근 토지를 매입하려 해도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쉽지 않다”고 난감해했다.

주차장 부지 소유 토지주는 토지 목적대로 주차타워를 건립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주차장이 필요한 홍성군은 부지를 무료 사용하는 대신 세금 감면을 해주고 있다. 내포신도시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 주차타워를 지어도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심상가 인근에 건물이 더 생겨야 수익성이 있을 것이다. 대형마트와 버스터미널을 만들면서 옥상에 주차시설을 둔다면 효율성이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병오 홍성군의원은 “군에서 운영 중인 무료 주차장은 저녁 6시가 지나면 주차를 할 수 없어 도로변 불법주차가 만연해있는 상황”이라며 “주차 공간 부족은 단순히 교통 문제가 아닌 삶의 질 문제”라고 말했다.

내포신도시 주민 김도영 씨는 “오래된 상가에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노상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데, 심심찮게 날아오는 과태료 고지서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주차할 곳은 없는데 단속만 심하게 하니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칠 정도”라고 성토했다.

홍성군의 내포신도시 스타벅스 인근 불법주·정차 이동 차량 단속 건수는 지난 5개월 동안 1080건이다. 대방 디에트로 모델하우스 맞은편 대로변은 현재 30분의 유예 시간을 주고 있지만, 이도 찬반은 엇갈린다. 상인들은 자영업 생존을 위해 당연한 정책이라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은 30분은 너무 길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시급한 사람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갈 길 먼…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조합

지방자치조합은 지방자치법 제159조에 의해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하나의 구성원이 돼 필요한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체다. 특수한 목적을 가진 자치단체 지방자치조합은 거의 전국에 분포한다. 대부분 경제자유구역이나 교통, 관광개발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 많다. 하지만 내포신도시 같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곳 이상의 자치단체가 행정 업무를 위해 설립된 경우 규약을 정해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설립할 수 있다. 또 지방자치조합은 필요성이 사라지면 해산할 수도 있다.

내포신도시를 위해 설립된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조합’은 중심상가 내 펠리피아 빌딩 5층에 있다. 지난해 4월 1일 출범했으며, 충남도와 홍성군·예산군에서 파견된 공무원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합은 ‘행정지원교통팀’과 ‘도시디자인팀’, ‘생활환경팀’, ‘도로하천관리팀’, ‘공원녹지관리팀’, ‘공동구관리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민이 조합에 전화하면 공무원들은 홍성군이나 예산군에 알아봐야 한다고 답하기 일쑤다. 행정 업무 전반에 걸친 사안을 조합에서 다루지 않고 있다고 해도 설립 목적에 맞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내포신도시 주민 민원을 접수해 공무원이 각 행정기관에 확인해 알려주는 서비스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순화 신도시지원과장은 “조합은 양 군과 광역이 걸쳐있어 내포신도시 주민이 편안한 행정 서비스 및 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속·정확한 처리가 관건”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성과가 있긴 하지만, 완성도를 높이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 내포신도시는 몇 점일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조건은 적정 인구와 발달한 경제 수준 및 사회적 안정감이다. 또한 생산·소비·여가 활동이 자유로우며, 병원과 공연장·쇼핑센터·숙박시설 등 편의 시설이 풍부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만족해야 ‘살기 좋은 도시’다. 하지만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어느 것 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신도시의 특징은 경제적 성장과 자립이 가능한 도시 형태를 이룬다는 점이다. 범죄율이 낮으며,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성도 지닌다. 교육, 의료, 보건, 문화, 주거 환경, 행정 서비스 등 각종 편의 시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져야 한다.

아파트값이 비싸도 삶의 질 향상과 생활의 편리성을 위해 기꺼이 신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내포신도시는 다른 어떤 신도시보다도 아파트값이 높지 않다. 아마도 미흡한 정주 여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자립을 돕는 일하기 좋은 도시인가? 주민이 만족스러운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각종 문화생활은 자유로운가? 주민들은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등의 물음에 내포신도시 주민들과 행정당국은 몇 점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살기 좋은’ 내포신도시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포신도시 중심상가 내 주차장 부지. 사진=이건주 기자
내포신도시 중심상가 내 임시 무료 주차장 부지. 사진=이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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