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의, 체육인에 의한, 체육인을 위한…
체육인의, 체육인에 의한, 체육인을 위한…
  • 노진호
  • 승인 2020.12.02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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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성군체육회 박준용 회장
초대 민선 체육회장… 생활체육 활성화·전국대회 유치 등 약속
코로나19로 꽁꽁…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발품 팔았다”
민선 전환으로 체육계 자립…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더 중요”
홍성군의 초대 민선 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박준용 회장.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군의 초대 민선 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박준용 회장.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군 체육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드릴 수 있도록…”

홍성군체육회 박준용 회장(64)은 초대 민선 체육회장의 사명감을 안고 있었다. 그는 올해 1월 5일 실시된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단 152명(총 선거인단 160명) 중 94명의 지지(득표율 62%)를 받아 당선됐으며, 임기는 2023년 1월 15일까지다.

홍성군체육회는 전문·생활체육지도자 10명을 포함한 15명의 직원(사무국장 임유빈)이 일하고 있으며, 회원단체는 46개(정회원 27·준회원 3·인정단체 5·읍면체육회 11개)이다. 임기 첫해의 끝자락에 와 있는 박준용 회장을 홍성군체육회로 찾아가 만났다.

그는 지난 1월 20일 리첸시아웨딩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생활체육 활성화’, ‘전국대회 유치’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졌고, 그 후폭풍은 체육계도 피해갈 수 없었다.

박 회장은 “군민 모두가 스포츠로 행복한 홍성군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며 “세워진 예산도 반납해야했다. 아쉽고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11월 일부 종목의 대회를 치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대회장을 다 다녀봤는데 다들 정말 좋아했다”고 전했다.

홍성군체육회는 지난 11월 파크골프와 축구, 바둑, 테니스, 게이트볼 종목의 군 협회장배 대회를 개최했다. 해당 종목은 코로나19 방역 등을 고려해 선별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더 많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박 회장 역시 한 발이라도 더 내딛기 위해 움직였다.

그는 “체육회의 경우 대부분의 예산이 쓰임이 정해진 목적사업비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면서도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태권도협회의 낡은 기구를 바꿔주고, 홍성초등학교 씨름장도 개선했다. 무에타이와 파크골프 등 비인기 종목은 아예 도움의 손길이 안 닿고 있었다. 우선 급한 기구라도 지원해주고자 애썼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올해 청산리대첩 100주년을 기념한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계획했었다. 올해를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이어가려 했는데 코로나19로 무산됐다”며 “예전에 홍성에서 전국 유소년 축구를 한 적이 있는데 48개 팀이나 왔다. 유소년 대회는 가족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아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큰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 대회의 명맥은 잘 유지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홍성을 찾을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경기장 등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박준용 홍성군체육회장이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홍성군체육회 제공
박준용 홍성군체육회장이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홍성군체육회 제공

그는 2008년 족구협회장으로 시작해 홍성군체육진흥회장, 홍성군체육회 부회장 등 지역 체육계와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다. 특히나 족구협회장 시절을 여전히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박 회장은 “당시 족구협회는 매우 열악했다. 유명무실했던 협회를 체계적으로 육성했다”며 “그냥 동아리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어떤 틀을 만든 것이다. 이후 대회도 출전하고 하며 점차 안정화 됐고 한때는 20개 넘는 팀에 150여명의 회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시 함께했던 족구인 몇몇은 여전히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보탰다.

앞서 이야기했듯 그는 홍성군 역사상 첫 번째의 민선 체육회장이다. 그에게 ‘민선’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박 회장은 “체육 관련 조직은 꽤 방대하다. 홍성도 등록인구만 수천이다. 그러다보니 선거에 이용되는 등의 잘못된 행태도 있었다”며 “민선 체육회장의 탄생은 진짜 체육인들이 지역 체육을 위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을 뜻한다. 체육계가 단합해 발전할 수 있도록 자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선 전환 자체는 분명 잘된 일이지만,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체육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기의 3분의 1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풀어야 할 숙제를 분명히 알고 있는 듯 했다.

박 회장은 “제대로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돈(재정)이다. 홍성군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이라 어려움이 많다”며 “K-POP고교 야구부, 유소년 클럽축구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곳이 많다. 또 복싱 등 관심이 적고 열악한 협회가 많은데 체육회 혼자서는 지원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기업(명진환경)을 운영하고 있어 한 팀이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런 것을 해결해줄 큰 기업도 지역에는 없다”며 “지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학교 체육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학교 체육도 점차 생활체육(클럽)화 되고 있지만, 생활체육이란 것도 엘리트 체육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이라며 “홍성이 대도시는 아니어도 우수선수는 계속 나온다. 한울초등학교 한수아 같은 경우도 전국 육상 톱클래스다. 운동 잘하는 아이들은 그만큼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충남에 체육고등학교는 있지만 중학교는 없다. 초등학교에서 선수를 키워도 도내에는 갈 곳이 없는 것”이라며 “우수선수가 지역에서 나오고 그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생활체육에 대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남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하며 육상 거점학교로 만들고 양궁부도 오게 했다. 그런데 학교에 양궁장이 없어 훈련을 하려면 차를 타고 학계리에 있는 분교까지 가야 한다”며 “폐교 등 어느 한 곳을 양궁 훈련장으로 제대로 만들면 초·중·고 선수들 모두가 쓸 수 있고, 타 지역 전지훈련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무래도 학교 체육은 교육청의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체육회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며 “충남도교육청, 홍성교육지원청 등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용 회장에게 체육은 그저 ‘일’만은 아닌 듯 했다. 그는 “집에 가서도 스포츠 중계를 보는 시간이 많은데 특히 아기자기 재미가 있는 여자배구를 좋아한다”며 “골프도 취미로 했었는데 요즘에는 어깨가 아파서 뜸해졌다”고 말했다.

홍성군 홍성읍 고암리 출신인 그는 이곳에서 1남 2녀를 키우며 고향을 거의 떠난 적이 없다. 그만큼 홍성과 홍성군 체육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도 커보였다.

박 회장은 “홍성군 체육은 늘 군 단위 중 1·2등을 다퉜다. 선수를 사온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지도자와 선수들의 노력으로 일군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더 힘든 시대, 체육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전했다.

홍성군체육회 식구들. 홍성군체육회 홈페이지 캡처
홍성군체육회 식구들. 홍성군체육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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