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며 산 서울, 도우며 살고픈 홍성”
“치이며 산 서울, 도우며 살고픈 홍성”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5.13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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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영 변호사
대형 로펌서 7년… 이달 초 홍성지원 앞에 개인사무소 개업
외교관 대신 변호사…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사 임무도”
지난 3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앞에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이은영 변호사. 로펌 KCL에서 7년간 주로 건설, 부동산 사건 변호를 주로 맡았던 이 변호사는 이번 개업과 함께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 업무도 시작한다. 사진=황동환 기자
지난 3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앞에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이은영 변호사. 그는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 업무도 맡았다. 사진=황동환 기자

‘법 없이도 살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법을 몰라도 잘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만은 삶이란 게 녹록하지 만은 않다. 잘못이 없이도 송사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으니 누구든 법 없이 살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 듯하다.

“변호사의 조언대로만 해도 손쉽게 해결되는 사건들이 많은데, 법을 몰라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대전지법 홍성지원이 창문너머로 보이는 곳에 지난 3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이은영 변호사(35)의 말이다.

지난 1월 결혼한 이 변호사는 남편을 따라 2월 홍성에 왔다. 국내 대형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KCL에서 7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이 변호사는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면서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 업무도 맡았다.

“구속된 피의자들이 변호사 조력 없이 조사받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하는 말이 나중에 불리할지 유리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에서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 모르는 발언들을 하기도 한다. 사실이더라도 하지 않아도 될 말이 있지 않나? 예전에는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선정된 국선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나면 더 이상 변호를 하지 않았고, 법원은 구속된 피의자가 기소된 후 새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 경우 피의자는 구속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에 2017년부터 시행된 제도가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다.”

대전외고를 졸업한 이 변호사는 대학 진학 후 홍성에 오기 전까지 줄곧 서울에서 생활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2014년 4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예전엔 판·검사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제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당시엔 로펌에 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리고 판·검사보다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액티브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한때 외교관을 선망했던 이 변호사는 부모님이 추천한 책을 통해 변호사의 꿈을 갖게 됐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 외교학과가 있다. 2학년 때 과를 선택하는데 1학년 때 외교학과 수업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경제학 강의가 재밌고 쓰임새도 많아 경제학과를 택했다. 서울대 경제학부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진로는 첫 번째가 경제관료(행정고시)이고, 그 다음이 법조인이다. 실제 로펌에서도 다른 전공 출신 변호사를 많이 뽑는다. 어떤 분쟁은 꼭 법하고만 관련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건설사건은 공대생이 더 잘할 수 있고, 경제학을 공부했다면 회계문제, 경제범죄 등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가 일했던 법무법인 KCL은 직원 200여명에 변호사만 80여명인 대형 로펌이다. 그는 그곳에서 2014년부터 7년간 SK건설·GS건설 등 규모가 큰 건설사들의 소송에 참여하는 등 주로 건설·부동산·공정거래 분야를 다뤘다.

그는 조국 전 장관 관련 재판에 참여했던 일화도 전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모펀드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 변호를 제가 속한 팀에서 구속 첫날부터 참여했다. 1심에서 징역 4년이 나왔다. 검찰은 6년을 구형했고, 이미 불리한 증거가 제출된 상황이어서 완전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1심 결과가 예상보다 조금 무거웠고 검찰 구형보단 가벼워 결국 양측 모두 항소했다.”

이 변호사의 ‘서울살이’는 “치이면서 살았다”는 말로 압축될 것 같다. 그는 밤 12~1시에 퇴근해 새벽 2~3시에 잠들고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7년간 반복했고, 주말 출근도 잦았다고 한다. 그럼 ‘홍성살이’ 3개월은 어땠을까?

“사람에, 사건에 치이면서 살다가 홍성에 왔다. 요즘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게 정말 행복하다. 또 홍성엔 산도 바다도 있다. 지금까지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이 변호사는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며, 여성·아동 관련 무료법률지원을 해준다. 그는 “성범죄나 이혼 관련 소송 등의 여성 의뢰인들은 아무래도 여성변호사를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더했다.

이 변호사의 명함에 적힌 교통사고·의료·학교폭력·부동산·노무산재임금·마약·징계·기업법무 등 법률사무 목록 맨 앞줄에도 성범죄와 이혼이 있다.

끝으로 이은영 변호사는 “유명해지거나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는 전혀 없다. 로펌에서 7년간 쌓은 경험을 활용해 주민들과 가까운 곳에 머물면서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분들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이은영 법률사무소 한쪽엔 이 변호사의 경력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대학 졸업장, 위촉장 등이 진열돼 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대학 졸업장, 위촉장, 상패 등의 앞에 선 이은영 변호사. 사진=황동환 기자
이은영 변호사의 개인 집무실. 이 변호사 등 뒤 창문 너머로 대전지법 홍성지원을 볼 수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이은영 변호사의 개인 집무실. 창문 너머로 대전지법 홍성지원이 보인다. 사진=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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