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에 만난 두 ‘시계’ … 되돌아보는 ‘역사’의 의미
74년 만에 만난 두 ‘시계’ … 되돌아보는 ‘역사’의 의미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2.07.2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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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⑥ 윤봉길
김구와 윤봉길, 마지막 식사자리서 시계 교환
역사 … “국가와 민족이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
매헌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의거 직후 왜병에게 체포되는 장면을 묘사한 장면(왼쪽)과 의거 4일전인 26일 선서하는 장면. 매헌윤봉길의사 기념관 제공
매헌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의거 직후 왜병에게 체포되는 장면을 묘사한 장면(왼쪽)과 의거 4일전인 26일 선서하는 장면. 매헌윤봉길의사 기념관 제공

“아이마다 대학을 졸업하게 하고, 사람마다 우유 한병씩 먹고 집 한 채씩 가지고 살게 하는 조국을 건설하자”

1946년 제27회 삼일절 기념식에서 조소앙 선생께서 육성 연설로 하셨던 말씀이다. 이러한 조국을 만들고자 했던 청년 윤봉길.

25세의 젊은 나이에 오직 조국 독립의 일념으로 중국 상해에서 일본 군인들을 향해 폭탄을 투척한 지 90주년을 맞이한 2022년. 최근 일본의 아베신조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앞에서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마음에 와닿기에 본지는 광복회 충청남도지부와 함께 7월의 독립운동가로 매헌 윤봉길 의사를 선정했다.

김구 선생이 이끌던 “한인애국단”에 가입한 청년 윤봉길. 일본이 중국 본토침략을 본격화하던 1932년 4월 29일 일왕(日王)의 생일을 맞아 상해 점령 전승기념 축하행사장에서 청년 윤봉길은 단상을 향해 폭탄을 투척했다. 그 결과 총사령관인 사다쓰구 등 2명이 죽었고 고위관료 5명이 다쳤다. 거사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청년 윤봉길은 일본국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1932년 12월 19일 이시카와현 금택형무소 교외에서 25세의 일기로 순국했다.

이 사건은 중국과 세계에 일본의 불법적인 조선 침략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 국민당 장개석(蔣介石) 총통은 “중국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고 경탄했을 정도다. 결국 상해 임시정부는 중국의 지원을 받게 되었고, 이후 대한광복군과 함께 연합전선을 펼쳐 일본에 항거하는 시작점이 됐다.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가 의거 직전 교환한 회중시계. 매헌윤봉길의사 기념관 제공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가 의거 직전 교환한 회중시계. 매헌윤봉길의사 기념관 제공

1930년 3월 6일 ‘대장부가 집을 떠나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丈夫出家生不還·장부출가생불환)’라는 비장한 글귀를 남기고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나게 되는데, 이 정보를 입수한 일본경찰이 미행해 평안도 선천에서 체포당한 윤 의사는 45일간의 옥고를 치른 후 드디어 만주로 망명할 수 있었다.

1932년 거사 당일 백범 김구(1876-1949)와 마지막 아침 식사 자리에서 윤 의사는 “이제 저는 한 시간 밖에 더는 소용이 없습니다”며 자신의 6원짜리 시계와 백범 김구의 2원짜리 시계를 바꿨다. 이에 김구는 윤 의사에게 “후일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순간에 보내는 자도 떠나는 자도 비장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백범 김구의 약속은 74년이 지난 2006년 백범 김구 탄신 130주년에 드디어 두 시계가 만나 같은 장소에 전시되면서 성사됐다.

역사의 한순간을 상징하는 두 ‘시계’는 서울 용산의 백범기념관과 충남 예산의 충의사에 각각 보관돼 있다. 광복 후 김구는 윤 의사의 모친 김원상 여사를 만나 “아드님 덕분에 광복이 빨리 왔습니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1945년 9월 2일 미주리호(대통령 트루만의 고향에서 따온 이름) 갑판에서 맥아더 앞에 항복조인식을 한다. 그 자리에 외무대신 시게마쓰 마모루가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나와 천황을 대신하여 항복문서에 서명을 하는데, 그가 바로 윤 의사의 폭탄투척 당시 주중공사로서 그 자리에 참석하여 한쪽 다리를 잃은 자였다. 이렇듯 역사는 시간의 단절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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