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우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칼럼] 배우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11.2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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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현 청운대학교 교수

요즘 나는 대학생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그중에 몇 퍼센트나 자기 전공과 같은 분야의 직업으로 갑니까?” 한마디로 대답하기엔 어려운 질문이다. 개인의 특성 및 전공마다 변수들이 있다. 기업들이 인재 채용 시 전공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는 것은 물론 직장 생활에서도 전공을 살리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서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이 회사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구직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직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432명을 대상으로 ‘전공과 직업 관계’를 조사한 결과 75.4%가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단연 ‘업무 이해력과 적응이 빨라서’가 71.6%(복수응답)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계속 쌓을 수 있어서’(55.6%), ‘전공자들 간 네트워크로 도움을 많이 받아서’(22.5%), ‘업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해져서’(17.3%)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전공을 살려 준비하는 구직자는 얼마나 될까. 대학에서 전공을 통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국내 대학과 달리 미국 대학은 보통 3학년부터 전공을 시작한다. 2학년 말경 전공을 선택할 때가 오면, 많은 대학생은 그들이 관심 있는 전공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취업이 잘 되는 전공을 선택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다. 두 가지가 일치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조지타운대 교육인력센터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5명 중 4명의 학부생이 취업 전망이 좋은 전공을 선택한다.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꿈을 갖게 마련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꿈다운 꿈을 가져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사실 알고 보면 누구 못지않은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지 살아오는 동안 더러는 잊히고 더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묻혔을 뿐이다. 꿈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실현하기에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으면 은연중에 꿈을 이루고 보려고 하는 힘이 생기거나 또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이 가치 있어 보이기도 한다.

KBS ‘인간극장’에 나온 23년 차 포크 가수 박강수는 가난이 힘겨웠던 열일곱에 창평을 떠났고, 그 후 라이브카페에서 노랠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긴 무명 시절을 지나 2001년에 자작곡 ‘부족한 사랑’으로 데뷔해 160곡이 넘는 노래를 쓴 싱어송라이터다. 꿈을 가진다는 것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무언가 창조한다는 것에 대해 경험하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배우고자 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배우는 기쁨 중의 하나는 자기 속에 잠자고 있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재능이나 자질을 찾아내는 기쁨, 즉 새로 나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서는 나 자신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기쁨이라고 말하고 싶다.

논어에 ‘師德弟愼正道智覺(사덕제신정도지각·스승이 덕으로 가르치니 삼가 받들어야 바른길의 지혜를 밝혀 깨닫는다)’이란 말이 있다. 성경도 ‘세상 스승은 3스승이 있다. 육적 스승, 정신적 스승, 영적 스승이다. 육적 스승은 지식 교육, 정신적 스승은 인성 교육, 영적 스승은 영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성보다는 인성이 인성보다는 영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성이 가장 강조되고 영성이 가장 무시되는 정반대의 모습을 쉽게 보게 된다. 머리의 가치관과 삶의 가치관이 반대인 기이한 현상이다.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밖에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고 하는가? 나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지혜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러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싶다. 학문은 즐거운 것, 기쁨을 맛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학문에는 배우는 일, 생각하는 일, 창조하는 일의 즐거움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는 일, 그것은 즐겁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혜’를 얻는다는 면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생각하는 일은 더 즐겁다. 인생의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깊이 고민할 때는 생각하는 것이 때로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만, 대체적으로는 즐거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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