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레스트 검프’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돼야 한다
[칼럼] ‘포레스트 검프’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돼야 한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12.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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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숙 홍성YMCA 이사장(혜전대 겸임교수)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서 경계선 지능인인 주인공 포레스트는 보행마저 어려워 보조 장치에 의지하는 아이였다. 어느 날 그를 괴롭히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보조 장치가 부서질 만큼 미친 듯이 뛰어 결국에는 그들을 따돌린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를 향해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아가듯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 영화 밖의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선에, 여전히 어떠한 혜택이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서 있다.

경계선 지능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맞춤형 지원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이번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당사자·부모·학교 안과 밖의 전문가 의견을 통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평생교육 관점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들의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당사자의 부모 역시 경계선 지능인일 가능성이 커 의사소통 자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과정의 어려움은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결과의 몇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연구 결과(연구에서 ‘느린 학습자’의 용어로 사용)를 요약하면 느린 학습자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 및 가족의 심리·정서 지원, 느린 학습자 당사자는 생애주기 차원의 교육과 정보제공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느린 학습자 당사자를 말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주변 관련인들 대상으로 그들에 대한 이해 및 주요 지원방안에 대한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느린 학습자에게는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이미 알고 있는 학교 안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성장해서도 청년을 위한 배움 카드 등의 기존서비스 체계를 활용하되 필요에 따라 이용 한도 및 이용 기간의 효율성을 고려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와 지자체가 그들의 생애주기 내내 필요한 교육체계를 갖추고 실행해야 한다.

느린 학습자 부모에게는 자녀의 특성에 대한 이해,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학습·심리정서·사회성·운동·직업·일상생활 능력 등),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국가 및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서비스 이용 정보, 생애주기별 부모의 양육정보, 학령기 과정의 교육 정보, 관련 기관 정보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느린 학습자 자녀 양육과정에서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한 부모 자조모임, 상담 서비스 등이 요구된다.

교사에게는 느린 학습자 학생에 대한 이해 및 생애주기별 특성, 주요 교과 지도방안, 학교 내 생활 적응 지도방안,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필요 시 진단 절차 및 과정, 교육전문가의 협력 방안, 청소년기의 경우 진로 및 직업교육 방안, 관련 기관 정보 등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우리와 같은 사회구성원들은 느린 학습자의 이해 및 특성에 대한 정보, 대상자를 위한 지원의 중요성, 대상자와의 상호작용을 위한 의사소통 등의 교육이 일상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덧붙이자면 교육의 운영 방식은 대상자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결론은 내 주변의 ‘포레스트’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교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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