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소통·순환… 홍성을 설레게 할 바람들
협업·소통·순환… 홍성을 설레게 할 바람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4.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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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의 창스 입주예술가 인터뷰 上] 김영봉·서해근·임동현 작가
김 “홍성만의 에피소드 탐색… 누구나와 협업”
서 “안 쓰는 휴대전화 활용… 프로토타입 곧”
임 “개인이 있는 전체, 전체가 있는 개인을…”

홍성군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이하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제6기 입주예술가들은 지난달 14일 상견례를 했다. 그리고 또 한 달, 이제 각자의 생각을 이 지역에 그리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내포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입주예술가 5명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컨테이너 스튜디오에 머무는 김영봉·서해근·임동현 작가다.

내포뉴스는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제6기 입주예술가 5명과의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전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컨테이너 스튜디오에서 만난 첫 번째 주인공 (왼쪽부터) 서해근·김영봉·임동현 작가. 사진=노진호 기자
내포뉴스는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제6기 입주예술가 5명과의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전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컨테이너 스튜디오에서 만난 첫 번째 주인공 (왼쪽부터) 서해근·김영봉·임동현 작가. 사진=노진호 기자

김영봉 작가(43)는 전북 익산이 고향이다. 서울에서 10여년쯤 활동하다 2017년 전북 완주로 향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활동가로 일했다. 그는 “작품 활동 외에 식물과 농사 등에도 관심이 크다. 서울을 떠나며 다음 목적지를 고를 때 홍성도 후보였다”고 소개했다. 6년 전 어긋났던 인연이 결국 성사된 것이다.

서해근 작가(49)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1년 정도 머물다가 이응노의 집과 함께하기 위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 작가는 “난 설치 미술과 페인팅을 주로 했다. 주제는 전쟁·평화·소통”이라고 말했다.

임동현 작가(52)는 법률 관련 일을 하다 2014년 예술가가 됐다. 판화와 회화를 주로 했다는 임 작가는 “개인의 개별성으로 사회적 관계를 해결해보고자 그림을 시작했다”며 “특히 ‘밥’ 이면의 사회적 관계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각자의 ‘아이덴티티’에 관해 물었다. 먼저 김 작가는 “하나로 말하기 힘들지만, 생태에 관심이 있다. 그것은 자본과 이윤에 따라 돌아가는 현 사회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빠르게 소비되는 모습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라며 “내 작업은 그 대안을 예술적으로 찾으려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버려진 것과 쓸모를 다한 것에 주목한다. 여기서도 매주 바닷가에 가 파도에 떠밀려온 쓰레기를 모으는 중”이라고 답했다.

서 작가는 “2011년부터 전투기를 실제 크기로 만들었다. 전투기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껍데기는 있는데 실체는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공포를 상징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의 소통에 더 집중하게 됐다. 재료도 주로 재활용 비닐봉지를 쓰게 됐다. 사실 지금도 변화 중”이라고 말했다.

임 작가는 “지난달 주민과의 만남 행사에서 ‘예술배달부’라고 나를 소개했다. 배달은 삶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작품 속 등장인물과 나와의 상호 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폐지 줍는 할머니를 위한 전시를 열고 그 폐지로 얻은 수익금을 할머니께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밥은 존재 방식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 삼각김밥은 불완전한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홍성에서도 경제적 약자들의 개별성을 찾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말까지 머물 홍성과 그것을 허락한 고암 이응노에 대해서도 물었다. 서 작가는 “전기자전거를 한 대 사서 돌아다니고 있다. 도심 속 홍주성과 조양문, 쓰레기 매립지로 인해 생긴 ‘문화마을’이 퍽 인상적이었다”며 “고암은 ‘용감한 사람’이다. 문화·이념의 경계를 넘어 예술적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임 작가는 “백월산과 용봉산 등을 오르며 만난 불상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냘프고, 남성적인 불상이 공존했다. 저소득층 재활사업단도 가봤는데 뭔가 새로운 꿈을 느꼈다”며 “고암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다양한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걸 가로지르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군상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난 그 개별적 얼굴을 표현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작품의 주재료를 모으는 서부면에 산불 이후 가봤다. 참 안타깝고 씁쓸했다. 더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며 “이응노 선생은 암울한 시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예술을 지켜갔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동현·서해근·김영봉 작가는 이 지역의 2023년과 함께할 청사진도 제시했다. 임 작가는 “공동 작업의 경우 참여자 각자가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개인 작업은 그저 개인만의 영감이 아닌 여러 사람의 영감을 담고 싶다”며 “개인이 있는 전체와 전체가 있는 개인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서 작가는 “‘우리 작품이 되어 만나요’를 테마로 한 참여미술이다. 광천 원촌마을 돛배를 지역 청소년들과 제작할 것이고, 홍고통과는 ‘꿈을 실은 여객기’를, 홍동초와는 ‘오리’를 테마로 협업할 것”이라며 “개인 작업의 테마는 ‘우리 작품이 되어 끝없이 만나요’이다. 안 쓰는 휴대전화를 소통을 위한 대형 미디어 기기로 재탄생시킬 생각이다. 6월 오픈 스튜디오서 프로토타입을 선뵐 예정인데 첫 도전이라 두렵고 설렌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홍성은 농·어업과 축산업 등이 공존한다. 그런 지역적 환경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를 찾겠다”며 “환경과 에너지, 쓰레기 문제 등에 관심 있는 지역민은 누구나 협업할 수 있다. 나는 늘 열려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홍성 그리고 이응노의 집을 위한 바람도 들을 수 있었다.

김영봉 작가는 “전국적으로 레지던시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매력적인 홍성의 이 공간이 지속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해근 작가는 “국제 레지던시로 키우면 좋을 것 같다. 이곳에 다양한 문화를 품은 작가들이 온다면 분명 지역민들도 반길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동현 작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정형화되는 측면도 있다. 이곳은 삶의 터전에 밀착한 레지던시가 되길 바란다. 지역과의 교환·순환이 숙제”라고 조언했다.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는 오는 6월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열 예정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뭔가 멋진 것을 기대하며 기다려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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