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가져갈 좋은 기억, 어른들이 선물해야…”
“평생 가져갈 좋은 기억, 어른들이 선물해야…”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8.2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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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Ⅱ] ⑤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감
영어 20년, 상담 10년… “솔직함이 시작”
어른들에게…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길”

내포뉴스는 2021년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조현정)와 함께 연간기획 ‘동행’을 연재한 바 있다. ‘동행’이란 타이틀에는 어려움을 겪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학교 밖 청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내포뉴스는 2023년 또 한 번의 ‘동행’을 한다. 올해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발걸음을 지켜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여름 방학, 아이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학교에서 만난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감. 사진=노진호 기자
여름 방학, 아이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학교에서 만난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감. 사진=노진호 기자

내포뉴스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전하고 있는 두 번째 동행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한국K-POP고등학교 변승기 교감(56)이다. 그는 교사로서 또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참 충실한 이야기를 써내려 왔다. 너무 무더운 여름날, 아이들이 자리를 비운 학교에서 이뤄진 1시간 30분 정도의 만남이었지만 그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천안 성환 출신인 변승기 교감은 1993년 홍성에 있는 광흥중학교(2019년 폐교)에서 교직에 입문해 줄곧 광천의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는 영어교사로 20년, 상담교사로 10년을 보낸 후 2022년 9월 1일 교감의 책임을 맡았다.

영어교육으로 석사까지 받은 그가 청소년상담으로 선회해 순천향대학원에서 박사까지 이수하게 된 것도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었다. 변 교감은 “같은 집 아이인데 한 명은 우등생이고, 한 명은 자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 의아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더 공부하게 됐다”며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어려움에 관심이 많다. 학교생활이 힘든 아이들을 위해 ‘대안교실’을 만들어 영화를 보고 집단 상담을 하기도 했고, 직업 체험이나 운동도 했다. 그런 아이들이 졸업장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비롯한 우리 학교 모든 선생님은 ‘입학한 학생은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게 목표다. 그런 게 시스템으로 잘 돼 있는 편”이라고 더했다.

그러면서 변 교감은 한 여학생에 대한 추억도 꺼냈다. 그는 “광천고 시절인데 교우 관계가 어려웠던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상담실에서 혼자 공부하도록 도왔고,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며 “한 2년 전까지 간혹 찾아왔다. 이제 대학교도 졸업할 때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간기획 ‘동행’의 주인공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추천을 받는다. 변 교감과 센터의 인연은 학교 밖이나 고위험군 청소년을 위한 배드민턴 대회로 맺어졌다고 한다.

변 교감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려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 배드민턴도 하게 된 것이고, 한 5~6년 전부터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있다”며 “아이들과는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한다. 서로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게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변 교감이 몸담은 한국K-POP고등학교는 1963년 3월 광천여고로 개교 후 1972년 11월 광천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2019년 3월 충남교육청 지정 실용음악 교과중점학교 운영을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한국K-POP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변 교감은 “우리 학교는 한 학년이 40여명 정도인 작은 학교다. 그래서 아이들을 더 잘 알 수 있고, 공유도 수월한 편”이라며 “대부분 스스로 원해서 온 아이들이다. 그래서 학업 중단이나 다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K-POP을 비롯한 문화는 변화무쌍하다.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그런 흐름을 늦게 체감하게 된다. 공연도 보러 가고 수업도 열심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변 교감은 이번 인터뷰 내내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하고픈 말이 더 많았다. 그는 “학생보다 보호자를 대하는 게 더 어렵다. 설득과 이해를 위해 부모님들을 참 많이 찾아뵙지만, 늘 어렵다”며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지만 언젠가는 멈춘다. 부모도 자식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니 섣부른 판단이나 낙인은 조심해야 한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우선 물어보고 들어보길 바란다. 그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부모교육센터’ 같은 걸 해보고 싶다. 아이에 대해 공부하고 부모들 고민을 들어주는 곳”이라고 더했다.

끝으로 변승기 교감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직업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 퇴임 후에도 아이들이 그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며 “어릴 때 생긴 좋은 기억은 살면서 참 소중하다. 지역사회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걸 선물해야 한다. 평생 가져갈 좋은 기억을 말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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